시를 즐겨 읽고 쓰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바일 공간이 있다. 비록 시인, 작가는 아니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내는 사람들. 이채 시인이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이채의 뜨락, 시가 있는 아침”이 바로 그곳이다.

이채 시인은 자신의 홈페이지, 카페..등에 2006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아침시를 배달하고 있으며, 작년 8월 14일에는 “이채의 뜨락, 시가 있는 아침”이라는 밴드를 개설했다.

이 밴드에는 1년 만에 5500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으며, 회원들은 날마다 배달되는 아침시를 읽고 나름의 생각과 느낌과 또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적고 있다. 그 댓글 숫자가 보통 100개 이상이니 이 곳 회원들의 열정이 엿보인다.

이들이 드디어 세상을 향해 ‘나도 작가다’라는 자부심으로 가슴에 묻어둔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한 권의 시집으로 출간한다.

약 40명의 회원들이 참여하는 ‘시가 있는 아침 공저시집 창간호’는 올 가을에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 출품작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정기용씨(부산 거주)는 ‘댓글의 신”’ 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댓글과 답글로 밴드 활성화에 기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공동리더이다.

▲ 정기용씨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 정기용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 말 한마디 못하시고

65세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세상을 떠나신 내 어머니

정이 많고 사랑이 많으셨던 우리 어머니 두고 가는 가족들 걱정에

마음이 아파서 어찌 가셨을꼬

가시는 길에 눈물도 흘리지 말고 뒤돌아보시지도 말고

훌쩍 떠나가시면 마음이 좀 가벼우셨을 텐데

우리 어머니 가슴이 아파 어찌 가셨을꼬

눈물이 앞을 가려 어떻게 가셨을꼬

장에 가시면 아시는 분이 빵을 주시면

자식들 먹이려고 빵 하나를 들고 오시던 어머니

배고파서 얼마나 힘이 드셨을꼬

7남매 키우시느라 주린 배를 움켜쥐시고 참아야 하셨던

우리 어머니 불쌍해서 어찌할꼬

매번 기용아 미안하다 하시면서 눈물 흘리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여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픕니다

너무 일찍 가셔서 잘해 들이지를 못해서 마음이 늘 아픕니다

어머니 이제는 굶지 마시고 당신만을 위해 살아가세요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히 쉴 수 있기를 못난 아들이 두 손 모아 드립니다 송석금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미자(고양시 거주)씨는 이 밴드 총무를 맡고 있으며, 자상한 어머니 같은 이미지로 많은 밴드회원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다.

▲ 이미자씨
가을 햇살 / 이미자

가을 햇살이

거실 창에 비추면

내 마음 햇살 따라가리

움츠린 내 마음,

가을이 저물어 가는구나

시려오는 내 마음

애써 달래 보지만

보이지 않는 그늘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난 또 겹겹이 쌓인

허물을 벗어버리리라. 

누군가 그랬지.

가을은 나를 성숙하게 하는 마력이 숨어있다고,

철 없는 내 마음 황금빛 마력에 취해

또 물들어 가나보다.

김성례씨(세종시 거주)는 ‘빅마마’라는 닉네임으로 회원들의 화합에 주요역할을 하는 핵심 멤버로서, 많은 회원들에게 넉넉함을 안겨주는 보석 같은 존재이다.

▲ 김성례씨
국화꽃에 숨은 꾀꼬리 / 김성례

7월 어느 날 얘들 아빠 기일하얀 국화꽃 한 다발
살며시 내려놓아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은 어디로님 이시여!

무엇이 그리도 급하셨나요못 찾겠다 꾀꼬리

국화꽃에 꼭 꼭 숨어버린 그대여

사랑의 불씨 삼 남매 뿌려 놓고

청춘의 가슴에 발자욱 남겨두고

님이시여!

남 몰래 쉬어버린 한숨이야

세월은 벌써 중년 고개 넘었네

끝없는 방황 뜬구름으로 흘려 보내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가슴으로 웃어 보네

들꽃처럼 고운 빛으로
새처럼 나비처럼 훨훨 날으리라

국화꽃에 숨은 꾀꼬리

먼 훗날

손에 손잡고 소풍가는 그 날 그 자리에

하늘이시여, 부디 잡은 손 허락 하소서

김경옥씨(김포 거주)는 ‘민들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공동리더로서, 비록 등단은 하지 않았지만, 틈틈이 써 놓은 시가 꽤 많아 개인 시집을 출간할 정도다.

▲ 김경옥씨
호수가를 거닐며 / 김경옥

평화로운 호숫가는

태양을 담그고 우릴 기다린다

노란 꽃들과 새들의

합창소리 무르익어가니

시원한 바람도 초록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온통 축제 빛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우니

몸 또한 예뻐지는 듯

사공 없는 나룻배는 조용히

침묵 속에서 누구를 기다리나

호수를 가로질러 떠돌고 싶은 마음일꺼야

나와 친구 되어 시원하게 한 바퀴 돌까

한가롭게 수영하는 백조가 되어

평화로움 속에 내 마음 젖어들어

 편히 쉬었다 가리

김효숙씨(서울은평 거주)는 댓글 자체가 시처럼 아름다워 많은 회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김효숙씨
부모님 사랑 / 김효숙

눈부신 햇살이
대지에 내려 쬐이는 아침

탐스럽게 익어가는 딸기
온상 속에서 딸기 가꾸기에
여념이 없으신 부모님

지난날의 철없이 굴었던
딸의 투정을 용서해주실까
늦게나마
부모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느꼈네
늦었지만 배우면서 살아가리라
'
' 중략
살아 계신다면
못 다한 사랑
부모님께 모든 정성 다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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